술 마시면 빨개지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핏기가 사라져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차이 때문일까요? 어떤 사람이 더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술과 관련된 궁금증과 상식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술 마시면 빨개지는 이유 vs 하얘지는 이유는?
술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신체의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을 분해하고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빨리 배출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 순환이 활발해집니다. 얼굴에는 모세혈관이 많이 분포되어 있으므로 얼굴로 혈액이 많이 몰려서 혈류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붉게 상기되는 것입니다. 반면에 얼굴이 하얘지는 것은 술이 빨리 해독되기 때문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닙니다. 술을 마셨는데 얼굴이 하애지는 것은 부교감 신경의 기능이 약해진 사람에게 주로 나타납니다. 전신의 혈액 순환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몸의 아래쪽으로 혈액이 몰리기 때문에 얼굴은 창백해집니다. 얼굴이 빨개졌다가 이내 하얘지는 사람도 술이 깬 것이 아니라 알코올 민감도가 떨어져서 신체의 반응이 둔해진 것이므로 술 마시는 것을 중단해야 합니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과음하면 만성 질환, 암 발생 등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특히, 연세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술 마시고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 발생 위험이 무려 1.42배 높아집니다. 또한 미국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술 마신 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식도암 발생 위험이 6~10배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2. 조금씩 자주 vs 한번에 많이 더 해로운 것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술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한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몸에 더 해롭습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고, 독성을 띤 아세트알데히드는 간에서 해독 작용을 거칩니다. 간은 일주일 주기로 자정 작용을 거치고 회복되는데, 술을 자주 마시면 간이 충분히 회복될 만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간의 피로도가 쌓여 간에 상당히 무리가 갑니다. 물론 한번에 많이 마시는 것도 알코올성 간경변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술을 마셔야 한다면 가끔씩, 조금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음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소화기암 발생 위험이 1.28배 높았으며 매일 음주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소화기암 발생 위험이 1.39배 높습니다. 1회 음주 시 5~7잔(1잔 알코올 8g)의 술을 마신 경우는 대조군에 비해 소화기암 발생이 1.15배까지 증가했으나 1회 음주량이 그 이상 늘어나더라도 소화기암 발생 위험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즉, 음주 빈도가 음주량보다 소화기암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폭탄주는 왜 건강에 해로울까?
알코올은 도수가 20도 정도일 때 체내 흡수가 가장 잘 됩니다. 도수가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술을 섞게 되면 우리 몸에 가장 잘 흡수될 수 있는 최적의 도수가 맞춰지게 됩니다. 예를 들면 4.5도인 맥주와 40도 이상의 양주를 섞게 되면 도수가 20도의 폭탄주가 만들어집니다. 소주는 도수가 10~20도로 브랜드 별로 천차만별이지만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소맥을 제조해서 마시면 마찬가지로 몸에 흡수가 빠르게 일어납니다. 또한, 종류가 다른 각각의 술에 함유된 여러 종류의 혼합물이 섞이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숙취를 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4. 술을 자주 마시면 술도 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술도 자주 마시면 늘게 됩니다. 술이 약한 사람은 체내에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부족하여 술을 조그만 마셔도 빨리 취합니다. 술이 약한 사람도 술을 마시는 빈도가 늘어나면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의 양이 20~30% 늘기 때문에 주량도 조금은 늘어납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늘어나서 주량이 느는 것은 1~2잔 정도일 뿐으로, 주량이 1병 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 주량이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이는 뇌의 각성 활동이 증가한 것으로, 뇌에서 술을 더 많이 마실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뇌가 망가지고 있는 신호이므로, 술이 늘었다고 느낀다면 자제해야 합니다.
5. 술 마신 후 커피를 마시면 덜 취한다?
술 마신 후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술이 덜 취하지는 않습니다. 알코올은 섭취 즉시 혈액으로 흡수되어 일정 시간이 지나야 배설됩니다. 술을 마신 이후 숙취 해소제를 섭취하거나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술이 덜 취하는 효과는 없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일시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술이 덜 취하는 것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오히려 술과 카페인이 든 커피를 함께 마시면 위장 장애를 악화시키고 탈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술을 마셨다면 커피를 마시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은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합니다. 원만한 인간 관계에도 도움이 되고 가끔 적당량을 마시는 것은 삶의 활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하루 적정 음주량은 남자 40g(소주 4잔), 여자 20g(소주 2주잔) 미만입니다.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적당한 음주를 하여 본인의 건강을 지키고 좋은 인간 관계를 이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몸에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장수의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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