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은 올해 국내 말라리아 발생 건수가 전년 대비 3.3배 증가함에 따라 말라리아 예방수칙 준수와 감염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특히 경기도 파주시와 김포시에 말라리아 군집 추정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경보를 발령하였고, 말라리아 위험지역 거주나 여행 시 예방수칙을 반드시 준수해야겠습니다.
화두가 되고 있는 말라리아란 어떤 것일까요?
1. 말라리아란?
말라리아는 플라스모디움 속(genus Plasmodium)에 속하는 원충이 척추동물의 적혈구에 기생하여 발생하는데, 열원충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어 전파되는 대표적인 모기매개 질환입니다. 말라리아 원충은 말라리아 모기 침샘에 존재하는데,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혈액을 통해 간으로 이동합니다. 이 원충은 간세포에서 발육하여 혈액 내로 배출되고, 간에서 혈액으로 배출된 원충은 적혈구를 감염시켜 파괴하고 분열 증식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말라리아 원충은 얼룩날개모기속(Anopheles)에 속하는 암컷 모기에 의해서 전파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얼룩날개 모기(Anopheles sinensis) 암컷이 말라리아 원충을 전파시킵니다.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린 후 인체에서 감염 징후가 나타나기까지 2주~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오한, 발열, 발한의 전형적인 특징이 나타나는데 원인체의 종류에 따라 그 특징이 다릅니다. 사람에서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기생충은 열대열 말라리아(P. falciparum), 삼일열 말라리아(P. vivax), 사일열 말라리아(P. malariae), 난형열 말라리아(P. ovale curtisi and P. ovale wallikeri), 원숭이열 말라리아(P. ovale)의 총 6가지 종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열대열 말라리아와 삼일열 말라리아가 대부분의 감염을 일으킵니다.
또한, 말라리아 매개 모기는 일반 모기와 구분되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일반 모기는 앉을 때 벽면과 수평을 이루며 앉고 날개에 무늬가 없으며 날아다닐 때 ‘위이잉~’ 소리를 냅니다. 반면, 말라리아 매개 모기는 앉아있을 때 꽁지를 들어올리므로 벽면과 각을 이루어 앉고 날개에 무늬가 있으며 공중을 날 때에도 ‘위이잉~’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2. 국내 발생 현황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 이후 사라졌던 삼일열 말라리아가 1993년 휴전선 인접 지역에서 복무하던 군인에서 발생한 이후 휴전선 인근 경기 북부 지역에 근무하는 장병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1998-2000년에는 연간 약 4천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습니다. 1997년부터 휴전선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2000년에는 휴전선에 인접한 전 지역은 물론 고양, 김포, 인천 등 서울 인접 지역까지 확산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경기도 서쪽인 강화군, 김포시, 인천시, 파주시, 고양시 등에서 집중 발생합니다. 감염자는 연중 발생하지만 주로 5월 말부터 시작해서 7, 8월에 많이 발생하고 10월부터 점차 감소하여 겨울철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3. 증상
1. 잠복기
열원충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열원충이 체내도 들어온 후 말라리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의 기간을 잠복기라고 합니다. 잠복기는 열원충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 열대열 말라리아: 9일~14일(평균 12일)
- 삼일열 말라리아: 단기 잠복기 – 12일~17일(평균 15일) / 장기 잠복기 – 6~12개월
- 사일열 말라리아: 18일~40일(평균 28일) 또는 그 이상
- 난형열 말라리아: 16일~18일(평균 17일) 또는 그 이상
삼일열 말라리아는 감염된 지역에 따라 잠복기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열대지역의 삼일열 말라리아는 단기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지만, 온대지역의 삼일열 말라리아는 장기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삼일열 말라리아는 단기 잠복기와 장기 잠복기 두 가지 형태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일부 감염자는 감염된 후 1개월 이내에 발병하는 반면, 일부 감염자는 감염된 후 1년 뒤에 발병합니다. 그러므로 말라리아 진단 시에는 감염자가 1년 내에 말라리아 발생 위험지역을 다녀온 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증상
초기에는 두통, 피곤함, 근육통 등 비특이적인 증상들이 나타나다가 열, 오한, 두통, 설사, 관절통, 흉통, 복통 등이 시작됩니다. 초기에는 열이 매일 나다가 감염된 열원충의 종류에 따라 주기성이 나타납니다. 열대열 말라리아는 열이 매일 나지만, 삼일열 말라리아와 난형열 말라리아는 48시간, 사일열 말라리아는 72시간 주기로 열이 납니다. 말라리아에서 고열이 날 때 ‘열발작’이라는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열발작은 특히 삼일열 말라리아에서 잘 나타나고 오한기, 발열기, 발한기의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 오한기: 글씨를 쓰기 힘들거나 치아가 떨려 말하기 힘들 정도의 심한 오한이 나타납니다. 30분~2시간 정도 지속됩니다.
- 발열기: 39도 이상의 고열이 나타나고 심한 두통, 구토, 갈증이 생기며 수 시간 지속됩니다.
- 발한기: 체온이 급격하게 정상화되고 땀이 나며 이후 지치고 졸려 잠이 듭니다.
삼일열 말라리아에서는 발열 이외에도 빈혈, 혈소판 감소, 비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등의 증세를 보입니다. 빈혈은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발생하고, 파괴된 적혈구와 헤모글로빈이 비장에 침착이 되면서 비장이 커지며, 혈소판 감소증은 항혈소판 항체가 형성되어 생깁니다.
열대열 말라리아에서는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혈압, 뇌성 혼수, 간질성 폐렴, 심근 부종, 사구체신염, 신증후군, 급성 세뇨관 괴사증 등이 있습니다.
4. 예방 수칙
말라리아에 대한 백신은 없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모기가 활동하는 야간에는 외출을 삼가고, 외출을 할 때에는 긴 소매의 상의와 긴 하의를 착용하여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모기 기피제를 바르거나 모기장 사용을 하는 것도 모기에 물리지 않는 좋은 방법입니다.
예방약을 복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동남아시아, 중동, 중부아프리카, 중남미 등 말라리아 위험 지역을 여행할 때에는 항말라리아제를 복용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약물 복용 시에는 의사와 상담하여 약물 내성 지역을 확인하고 임신부나 가임기 여성의 상황 등을 고려해서 약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말라리아에서 확인 가능합니다.